늘푸른갤러리
아들이 홀로서는 그날까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7-22 15:31
조회
731
mbn채널에서 오후 12시30분 소나무 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방송내용 미리 보세요.
아들이 홀로서는 그날까지
세상에는 어머니의 사랑을 뜻하는 명언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대인의 속담은 모성이 신의 사랑과 같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오늘 만나볼 주인공도 아들이 홀로서는 그날을 위해 온 정성을 쏟고 있는 엄마 이야기입니다.
“아들이 태어났는데 못 울더라고요”
엄마 김정숙(59) 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이덕희(32) 씨가 있습니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키, 80kg가 넘는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는 꽤 듬직해 보이지만, 의외로 엄마 정숙 씨의 손이 많이 가는 편입니다. 32년 전, 세상에 나오면서 양수를 먹고 태어난 덕희 씨. 그래서 여느 아기들처럼 곧바로 울음을 터트리지 못했고, 첫 호흡을 내뱉기까지 1분여의 시간이 걸린 그에겐 ‘편마비’와 ‘소뇌증’이라는 병이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게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병의 후유증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태어나고 6개월이 지나도록 바닥을 기어 다니질 못했을 정도로 행동이 늦된 아들. 손이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작은 근육으로 알려진 소근육 발달이 늦어서 지금도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겨우 숟가락을 들 수 있게 된 아들이지만, 여전히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을 때, 이를 닦고 면도를 할 때, 그리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엄마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밖에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의 가슴을 철렁이게 만드는 후유증이 있습니다. 바로 고혈압과 뇌전증인데요. 10대 중후반 시절부터 갑작스레 찾아온 이 병 때문에 매일 아들이 먹는 약만 10알이 넘습니다. 게다가 매우 독한 것으로 알려진 뇌전증 약이지만, 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아들. 그래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 알씩 늘려야하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가슴이 한 번씩 무너져 내립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는 거죠”
여러 후유증으로 몸이 다소 불편해 보이는 덕희 씨이지만, 200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사회적기업인 직업재활원에 나가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출력 용지를 생산하고 포장하는 일을 하는 이곳에서 그가 맡은 일은 포장을 마친 상자를 옮기는 적재 업무. 다행히 일하는 능률과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어서 13년 동안 꾸준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앞날을 기약하기 힘듭니다. 바로 덕희 씨가 가진 또 다른 합병증 때문인데요.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지각 장애’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밀한 일을 하는 덴 어려움이 있어서 주로 무거운 상자를 들고 나르는 일을 맡는 그.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도리어 일하면 힘이 난다며 웃어 보이는 덕희 씨입니다.
이렇듯 아들이 세상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기까진 엄마 정숙 씨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32년 전, 의사는 아들이 걷거나 말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엄마는 아들이 스스로 걷고 말할 수 있도록 30년 동안 재활에 힘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아들에게 냉동 밥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해동시키는 방법, 설거지하고, 혼자서 약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일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언젠가 저세상으로 가게 될 엄마이기에, 그때 혼자 남겨질 아들을 위해 가르치는 겁니다.
“하루 2시간만 자고 아들을 챙긴 우렁이 엄마”
30년 넘게 남편 없이 홀로 아들을 키워 온 엄마. 입․퇴원이 잦았던 아픈 아들을 돌보려면 직장을 다닐 수 없었기에, 그녀가 선택한 일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생계와 아들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하루에 2시간밖에 못 자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린 그녀. 작업 특성상 바닥에 앉아서 오랜 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일하다 보니 엄마의 등은 마치 새우처럼 굽고 말았습니다. 아픈 아들을 위해 밤낮으로 헌신의 노력을 다한 엄마지만, 정작 본인의 건강은 챙기지 못한 겁니다.
한 병원의 협조로 받게 된 엑스레이와 MRI 검사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등이 구부정하다 보니 뼈들이 다 뒤로 어긋나있고, 뼈와 디스크를 연결해주는 연골판도 많이 손상돼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동년배보다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가 빠르다는 염려와 함께 빨리 치료받지 않으면 나중에는 일어나고 걷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를 들은 엄마는 본인의 건강보다도 아들 걱정이 앞섭니다. 그리고 소원을 묻는 말에 본인의 바람을 조심스레 내비칩니다. 아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 그리고 본인이 사는 날까지 아들을 끝까지 돌보는 거라고. 자기 살을 먹여 새끼를 키우고, 결국 나중엔 빈껍데기만 남는다는 어미 우렁이. 엄마 정숙 씨의 모습이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놓는 그 우렁이를 닮았는데요. 엄마의 바람처럼 아들 덕희 씨 스스로 두 발로 딛고 서는 그날이 찾아올까요?